처음 개봉하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화 '82년생 김지영', 주인공 공유가 직접 시사회 자리에서도 언급했듯이 '전혀 그런 영화가 아니다', '다른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처음 개봉했을 당시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남자의 시선으로, 남자로써 이 영화를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솔직한 리뷰 되겠습니다.

(참고로 전 여혐, 남혐 등 요즘 유행하는 그 어떤 것도 아니며 남자 여자 모두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여자라는 무게를 견뎌야 하는 대한민국 한 주부의 이야기

 

 

첫 시작의 이야기는 바로 대한민국 주부라면 누구나 부담을 느끼는 명절이야기 입니다. 새벽부터 일어나 음식을 준비하고 나홀로 설거지를 하고 있는 지영(정유미), 그리고 혼자 고생하는 부인을 걱정하며 항상 도와주려고 하는 남편 대현(공유)의 모습이 나옵니다.

 

사실 저 또한 예고편만 보았을 때 이 장면에서 놀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시누이가 늦게 오고 늦게 온 시누이의 밥상을 차리라는 시어머니를 향해 불만을 표하는 이야기를 늘어놓게 되죠. 그래서 이 영화가 페미니스트의 향기가 있는 영화인가?라는 생각도 했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생각이 바꼈습니다. 이유는 여주인공 지영에겐 큰 병이 있었는데 그 병이 바로 '빙의'였습니다.

 

 

주인공 지영의 꿈은 사실 큰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커리어 우먼'을 꿈꾸는 현재 대한민국에서의 아주 평범한 삶이 꿈이었던 것이었죠. 자신이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체 일하는 것을 허락치 않는 대현의 모습에 실망하기도, 또 자신이 회사를 다니던 시절 팀장으로 일했던 상사를 보며 한껏 부러워하기도 한 모습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영화 중간 중간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반영되었듯한 장면들이 나오는데요.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커피마시고 싶다', '맘충' 등 자극적인 단어로 가정일을 돌보는 주부를 비아냥거리는 대사가 나오면서 어쩌면 남자로써 한번 쯤은 생각을 해 봤던 말들이 아닐까 생각듭니다.

 

 

"우리 지영이 하고 싶은거 다 해" 지영의 엄마는 빙의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딸 지영에게 이러한 대사를 합니다. 어쩌면 결혼과 동시에 여자의 삶은 어떻게 변하는지 한번 쯤 생각해볼만한 대사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저 또한 결혼을 한 지금 최대한 와이프의 모든 행동에 대해서 방해하지 않고자 노력을 하고 있지만 때론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죠.

 

집안 일에 충실하고 싶어도 남편 혼자서 벌어오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세상, 집안 일이 서투른 남편때문에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육아, 집안 일 등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현실, 이렇게 열심히 살아도 살아가기 힘든 세상 등 다양한 이유로 이 시대의 여성에게 결혼이란 많은 희생을 요구하기 마련이라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의 아쉬운 점은 남자 주인공 대현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드는데요. 대현은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어 굳이 아내가 돈을 벌지 않아도 될 만큼의 능력자라는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10명 중 1~2명 정도 되는 인물로 나온다는 것이죠. 만약 정말 현실 이야기였으면 어땠을까요?

 

남자 주인공 대현은 어떠한 경우에도 화를 내지 않고 늘 아내를 위해 걱정하고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던 남자라는 점이 어쩌면 현실에서도 이렇게까지 할 남자가 있을까 생각이 드는데요. 위에 언급드렸듯이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도 아내의 직장생활을 위해 오히려 본인이 육아휴직을 신청하려고한 모습이 나옵니다.

 

만약 정말로 현실적인 내용을 반영하자면 단돈 100원이 아쉬운 사람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이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이 대부분인게 대한민국의 현실인데 말이죠.

 

 

이 영화의 겉모습만 보았을 때는 충분히 '페미니스트 영화'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결혼이란 것이 여자 혼자만 힘든 것이 절대로 아니기 때문이죠. 남자의 입장에서도 결혼을 하고 난 뒤에 힘든 일이 수두룩하게 많은데 단순히 이 영화에서 보면 여자로써 결혼과 함께, 주부가 되면 겪어야 할 이야기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작품에선 그 영역을 '빙의'라는 것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게 만든 요소가 아닐까 생각듭니다. '빙의'라는 요소가 빠졌다면 단순히 '여자는 결혼하면 고생한다'하는 영화가 되버릴 뻔한 것을 '아파서 고생하는 것이다', '아파서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거다'라고 바뀌었기 때문이죠.

 

 

또한 사회생활을 하는 남편 대현의 모습은 언제나 바르고 깔끔하게 나오는 반면, 지영의 모습은 단 한 컷도 이쁜 모습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사실 현실이죠. 대한민국 엄마들은 자신보단 자식들, 남편이 밖에서 꿀리지 않는 모습을 신경쓸 뿐 정작 본인의 아름다움은 포기한체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어떠한 부분도 절대로 페미니스트 영화라든지 남자비하의 내용이 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남자인 제가 봐도 위로가 될 수 있는 영화, 어쩌면 이러한 모습이 내 모습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 영화였으니깐요.

 

그 어떤 불편함없이 볼 수 있는 '82년생 김지영' 영화를 추천드리며, 영화를 보고 나서 함께 위로받고, 위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킴뤼 :